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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가슴으로 철학하는 파스칼

by 지며리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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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수학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인 블레즈 파스칼은 대단히 흥미로운 삶을 산 사람으로 17세기의 지성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손꼽힙니다. 12세에 이미 유클리드 기하학의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파스칼은 1646년에 처음으로 얀선주의 종교 운동을 접하는데, 이는 그의 일생에 많은 영창을 끼칩니다.

 

 

파스칼은 흔히 합리주의자와 경건주의자로 구분됩니다. 합리주의자로서는 청년 파스칼이, 경건주의자로서는 그리스도교에 귀의한 후기 파스칼이 이야기됩니다. 파스칼 철학의 핵심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간입니다. 파스칼의 유명한 신앙 고백인 팡세에서 그는 인간의 모습을 이 거대하고 무한한 우주 속에 불안정하게 내던져진 불안한 존재로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파스칼은 우리 인간은 우주 공간의 무한하고 영원한 침묵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의 중간 존재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 인간 조건 속에서 허무, 무력함, 공허함 등을 감지하며, 이러한 것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을 피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우리가 처해 있는 실존적인 존재 상황은 불확실함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생각을 하자마자 우리는 아무 데서도 위로받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파스칼의 이성에 관한 시각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과 공허함은 생각하는 힘을 통해서 우리에게 더 강하게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이성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는 이성은 역시 위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성은 분명히 위대하며, 학문은 가장 아름다운 활동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문제는 기하학적 방식으로 푸는 수학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는 학문이나 다른 어떤 지속적인 일을 통해서 결코 우리의 절망적인 불안한 상황과 유한함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이성은 이러한 유한한 학문 영역과 인간적인 사고 안에서만 유용한 가치를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영원한 진리는 이성을 통해서가 아닌 가슴을 통해서 얻어지며, 이 가슴의 원리가 삶의 제일의 원리로,구원과 속죄를 통해서 얻는 종교적 희망을 뜻합니다. 가슴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신앙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에 관해 파스칼은 내기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에 따르면 신이 존재하는냐 그렇지 않는냐하는 문제는 유한한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유한한 우리가 무한한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손해 보는 내기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우리로서는 증명할 수 없는 신의 존재 쪽에 거는 것이 잃을 것 없는 현명한 선택이 되는데, 그 이유는 유한한 우리의 이성을 보다 실천적으로 만들며, 결단에 이르게하는 내기이기 때문입니다. 신이 없는 비참함보다는 구원의 가능성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의견입니다. 이처럼 파스칼은 방법에서 회의주의를 택하지만 신앙을 통하여 인간이 처한 절망에서 빠져 나오고자 했던 경건주의라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신앙의 길을 합리적으로 사유하는 과정으로 보여 줌으로써 이성의 나약함까지 직시하는 이성의 능력과 실존철학의 시작을 개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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